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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반구대 암각화' 침수…정부의 대응은 충분한가?

by 일상지기 2025. 7. 20.

 

 

세계유산 '반구대 암각화' 침수…정부의 대응은 충분한가?
세계유산 '반구대 암각화' 침수…정부의 대응은 충분한가?

📌 목차

1. 반구대 암각화란?

울산 울주군 대곡천 절벽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바위에 새긴 그림입니다. 약 7천 년 전 신석기부터 청동기 시대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고래, 사슴, 호랑이, 사람 등 300여 개의 형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특히 고래를 사냥하는 장면이 등장해 고대 해양문화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으며, 2025년 7월 12일 세계유산으로 공식 등재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 지속된 침수로 인해 이 문화유산은 지금도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2. 침수된 반구대 암각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025년 7월 19일, 집중호우로 인해 사연댐 수위가 57m를 넘어서면서 반구대 암각화가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세계유산 등재 후 불과 일주일 만의 일이라 충격은 더 컸습니다.

침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장마철이나 태풍 시기에 자주 물에 잠기며, 2023년에는 무려 74일간 침수되기도 했습니다. 자연이 아닌 인간의 인프라와 정책이 문화유산을 위협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3. 왜 매년 침수되는 걸까?

그 원인은 바로 사연댐에 있습니다. 1965년에 건설된 이 댐은 자연월류형 구조로, 수문이 없어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상류로 차오르게 됩니다. 반구대 암각화는 바로 그 상류에 위치하고 있죠.

수위가 53m를 넘으면 부분 침수가, 57m를 넘으면 전면 침수가 시작됩니다. 특히 고온다습한 여름철의 반복적인 침수는 바위 표면의 그림을 점점 마모시키고, 복원이 불가능한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정부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을까?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21년부터 사연댐 수문 설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총 640억 원을 들여 2026년 착공,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수문 3개를 만들 계획입니다. 수문이 생기면 집중호우 시 수위를 조절할 수 있어 침수 빈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대체 식수 확보를 위해 청도 운문댐에서 물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공급량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일부 주민들의 반대도 존재합니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등재 시 조건으로, 공사와 개발 관련 내용을 정기적으로 보고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정부도 이 조건을 수용하고 보고 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습니다.

5.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들

계획은 세워졌지만, 실행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무엇보다 2030년까지 침수를 막을 수 있는 임시 대책이 부족합니다. 이동식 덮개나 보호막 설치 같은 임시 보호 장치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예산 문제와 자연 훼손 우려로 실제 적용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울산 시민의 식수를 담당하는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문제는 지역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합니다. 결국, 문화재 보존과 시민의 생존권이라는 두 가치를 동시에 지켜내기 위한 정교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세계유산이 된다는 것은 명예인 동시에 책임입니다. 반구대 암각화는 단지 오래된 그림이 아니라, 인류가 자연과 공존했던 삶의 흔적입니다. 그 가치를 되새기고, 지켜낼 수 있는 용기 있는 결단이 지금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는 반구대 암각화의 수호자인가, 방관자인가. 그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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